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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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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의 우리와 Never Ending Summer

 



고백하자면 여름을 가장 좋아하는 계절로 꼽은 적은 없었어. 나는 계절과 계절 사이를 좋아해서 겨울과 봄 사이. 여름과 가을 사이라는 모호한 답변을 내놓고는 했어.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그 계절 사이중에서도 내가 가장 애틋함을 느끼는 건 여름과 가을 사이더라. 다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 가을이 오고 있다는 게 느껴질 때 나는 마치 봄이 올 때처럼 다시 설레고 말아. 하지만 속으로는 알고 있는 거야. 가을 끝에는 추운 겨울이 올테고, 후덥지근했던 여름이 끝나가고 있다는 걸. 그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떠올려 봤어. 여름이 끝나가는 걸 아쉬워한다는 건 사실 여름을 그만큼 좋아하는게 아닐까. 햇빛이 가장 길고 강렬한 계절에 무더위에 투덜 거리다가도 이 뜨거운 시간들이 마냥 싫지만은 않은 거야. 언젠가는 그리워할 거라는 걸 아는 거야. 

 

더 발룬티어스의 Summer를 들으며 따릉이를 타고 한강 옆을 달리는 걸 좋아해. 그 다음은 바이바이배드맨의 너의 파도를 들어야 해. 나에게 이 두 노래는 여름 단골송이거든. 너의 파도가 나오면 나는 속으로 따라 부르면서 자전거를 타고 언덕 밑을 질주해.

 

아직 남아있을까

너의 기억 속의 희미해진 나

단지 사라질 뿐이야

우리 가슴속의 뜨거웠던 날

 

이 노래는 한강에 윤슬처럼 반짝이는 전주로 시작해서 이렇게 조곤조곤 읊조리고는 마지막에 이런 가사가 반복 돼.

 

널 볼 수 없어 난

끝인 것 같아 다

아직 할 말이 남아있는데

너는 모르니

 

널 볼 수 없어 난

미칠 것 같아 난

널 볼 수 없어 난

미칠 것 같아 난

 

딱히 그렇게 미칠 것 같이 그리워하는 사람도 없으면서 이 노래에 감정 이입이 된 채로 막 따라 부르는 거야. 이 노래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내겐 여름과도 같아. 언젠가 사라져버리고 말 뜨거운 시간이라는 걸 알기에. 너는 너무 덥고 뜨거워!라고 외치면서도 츤데레처럼 속으로는 여름의 한복판에 있는 걸 좋아하고있는 거지. 지금이 내게 여름이고 청춘이라는 걸 알고 있는 거야. 열정, 청춘, 정점과 같은 단어들은 여름과 잘 어울려. 내가 입고 있는 옷이 가벼워져. 밝은 색으로 염색을 하고 나시만 입고 쪼리를 신은 채 밖을 돌아다녀. 이 계절에 나는 조금 더 자유롭고 대담해지는 것 같아.

 

언젠가 방콕에 갔을 때 이런 문구를 발견한 적이 있어. Never Ending Summer.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사계절에 익숙한 나에겐 생소한 문장이었거든. 그런데 이내 아~하고 이해가 가는 거야. 태국은 언제나 여름이잖아. 영원한 여름. 사계절이 당연했던 내게 이건 좀 신선한 충격이었거든. 아, 그럴수도 있네. 이 말은 거짓이 아닌 진실이네. 깨닫게 된 거지. 그래서 내가 원한다면 언제든 나는 여름으로 찾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어. 지구에는 영원히 여름인 곳도 있으니까. 겨울은 또 겨울대로 즐기는 나지만, 너무 추운 날에 뜨거운 날이 그리워지면 나는 여름을 찾아갈 거야. 내 마음 속에 끝나지 않을 청춘을 다시 불러 올거야. 나는 내 몸을 감싸고 있던 옷들을 벗어 던지고 가벼워진채로 그 뜨거움을 즐길거야. 우리의 여름은 그렇게 앞으로도 계속 될거야.
















여름에 즐겨듣는 발룬티어스와 바이바이배드맨의 노래로 만든 플리


















따릉이를 타다가 나는 자주 가던 길을 멈추고 사진을 찍는다




















나무 아래서 고개를 들어 나뭇잎 뒷면으로 비추는

햇살을 보는 순간을 무척 아낀다





















건물 앞에 꽃도 활짝 피는 시기



















건물 앞에 꽃도 활짝 피는 시기





















여름이면 용지트도 더 아름답게 빛난다


















여름날의 산책은 마음을 더 풍요롭게 해



















입고 있는 옷이 가벼워지는 계절




















융 | 독립한 마케터, 작가

@alohayoon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회사와 세계 곳곳을 유랑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것에 빠져있는 사람들,

편견을 부수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즐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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