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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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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반의 여름




여름엔 결코 실망이 없었다. 

 

추위를 잘 타는 체질 탓에 여름을 참 좋아했다. 

넌 참 여름 같아, 라는 말은 아무리 들어도 좋았다. 

 

눈부신 녹음, 그 해의 휴가를 구상하는 일의 즐거움부터 아무 날도 아닌 날 고궁 옆을 거니는 한밤의 산책까지. 어느 것 하나 즐겁지 않은 것이 없었다. 여름은 확실한 행복의 약속 같은 것이었다. 

 

올해의 여름을 떠올린다. 다가오는 것보다 떠나보낸 것들이 유난히 많던 여름이었다. 끈적한 온기로 인내심을 시험하지만 이내 탐스런 행복을 안겨주던 나의 계절에 조금은 배신감마저 들던 여름이었다. 

 

어떤 여름, 

그는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설렌다고 하는 말버릇이 있다고 했다. 설레는 음식, 설레는 산책길, 설레는 작품. 그때의 나에겐 설레는 일들이 참 많았지. 어떤 이는 나 덕분에 가장 싫어하던 계절이 좋아졌다고 했다. 숨이 차고 땀이 나더라도 이 계절이라 가능한 일들이 이제는 기다려진다고.

 

해가 갈수록 끓는 점은 높아진다. 가슴 뛰던 계절 앞에서도 침착한 어른이 되어간다. 잘 감추고 유보하는 일이 많아졌다. 마음이 들끓는 일들은 앞으로 더 줄어들 것이다. 올해 내가 그토록 사랑하던 여름의 배반처럼.

 

그러나 겨울을 지나 내년 또다시 돌아올 이 계절을 맞이할 수 있는 건 다 지나간 여름 덕분일 테다. 

 

어린 그 해의 여름이 안겨주던 열기를 기억하는 나는 달군 숨으로 나를 빨아들이는 더위에 다시 몸을 맡길 것이다. 어쩌면 한 번 달궈진 팬이 더 빨리 달아오르듯 더 정열적으로, 오래 널 담을지도 모른다. 증발하지 않는 더 느긋해진 마음으로 담을 것이다.

 

나를 배반하는 여름이라 할지라도

기꺼이 설레며 나의 계절을 맞이할 것이다.








여름은 내가 가장 많이 움직이는 계절.















출근하는 날에도 날이 좋은 날이면 이른 아침 산책을 간다.















좋아하는 여름의 녹음
















추위를 싫어하지만 북유럽은 엄청 좋아한다.

8년만에 다시 찾은 스톡홀름의 이번 여름















운이 좋게 친구 니나의 집에 여행 내내 머물 수 있었다.

고마운 마음에 준비한 꽃들














좋은 전시는 항상 설레지만, 이번 여름 공간이 좋았던

디자이너 jiyongkim의 전시














Le temps de cerises, 체리 시준을 이르는 말이 있을 정도로

탐스럽고 맛있는 프랑스 시장의 체리















좋아하는 과일이 가득한 여름의 아침을 준비할 때면 위트가 많아진다.














정예하 ㅣ 브랜드 기획자, 카피라이터 @yehaeo


패션회사를 다니다 브랜드를 좋아하는 마음이 커져 여러 브랜드를 위해

컨셉을 기획하고 만드는 일을 한다.

하지만 역시, 시키지 않은 일이 가장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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