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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여름의 실재


 새로운 한 해가 찾아오면 늘 그랬듯이 요란하게 삶을 지탱한다. 2023년의 1월이 찾아오면 서 나의 정확한 20대의 중반도 함께 찾아왔다. 겉으로는 무뚝뚝했지만, 나도 나만의 방식으로 요란을 떨고 있었다. 불안함과 외로움, 막막함과 허망함, 이 생기 없는 단어들 말이다. 이럴 때 마다 나는 습관처럼 떠날 채비를 했다. 


운이 좋게도 1월에는 예정된 여행이 있었다.


 한국이 영하 20도로 고통스러운 추위에 겪고 있을 1월의 어느 날, 나는 뉴질랜드에 도착 했다. 한 번도 가보고 싶다 생각한 적 없는 이곳에 온 이유는 엄마의 마음이 이곳에 향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마음에 별다른 구구절절한 사연이나 이유는 필요하지 않았다. 마음 하나면 모든 것이 가능했다. 


 뉴질랜드의 여름은 한국의 여름보다 더 뜨거웠고 동시에 더 시원했다. 내가 알고 있던 여름의 축축함은 이곳에서 조금의 고개도 내밀지 못했다. 여름이라고 다 같을 거라고 생각했던 나의 오만함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1월의 여름도, 뉴질랜드의 여름도 처음 느껴보는 여름이었다. 여름은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 생기 있지만, 이곳에서의 여름은 더욱 생기로 가득했다.


 2000년 된 나무를 바라보는 일이나 차 안에서 수 시간 동안 지평선을 바라보는 일. 두 손 꼭 잡고 산책을 하던 동성의 노부부의 사진을 찍어주는 일과 끝없이 펼쳐진 은하수를 바라보 며 눈물을 삼키는 일. 저녁 10시까지 떠있는 해를 어색해하던 일과 빙하 무너지는 소리를 듣는 일. 이토록 환한 적 없었던 엄마의 표정을 목격하는 일 그리고 점점 생기로 가득차 있는 나의 마 음을 느끼는 일. 

 나는 매일 다른 길을 걷고, 다른 마음을 받고, 다른 소리를 듣고, 다른 사람들을 지나치고, 다른 호수 색을 보고, 다른 별을 보고, 다른 여름을 경험하고 있었다. 


 자연이 주는 불가항력적인 생기는 나를 꼼짝도 못하게 만들었다. 이 순간이 꿈인 것 같았 지만 모든 것들이 너무나 확실하게 존재하고 있었다. 

 불현듯 수면위로 떠오른 엄마의 마음으로 시작된 뉴질랜드의 여행은 내게 평생 잊지 못 할 선물이 되었다. 여름의 실재. 









꺼내 먹는 여름의 맛
















몸으로 느끼는 여름은 뜨겁지만,

마음으로 느끼는 여름은 몹시 시원하다.

















꽃보다 아름다웠던 장면.

운이 좋게도 나의 카메라에, 그들의 카메라에 이 순간을 담을 수 있었다.

















달리는 차 안에서 바라본 창 밖 풍경.

나를 숨죽이게 하는 것들.



















LEE KYUNG JA


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

그녀에게 물려 받은 이 필름 카메라로 그녀의 가장 어린 시절을 남겨 주었다. 

그녀가 내게 그랬던 것처럼.


















뒷모습에도 잔뜩 묻어 있는 행복.
























호수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구름 그림자.

















여름의 자국들이 좋다.

진해지는 주근깨와 그을려지는 피부 같은 것들.


















빙하의 조각들과 만년설. 


석회수가 섞여 있어서 이런 색을 띈다고 한다. 실제로 보면 정말 어마 어마하게 멋있다.

표현할 단어나 문장이 떠오르기 전에 본능적으로 감탄사만 나온다.



















2023년 1월의 해수.















신해수 | 움직이는 사람


@onda.haesu 


자유롭게 춤추며 마음대로 표현합니다. 

겁 없이 사랑하고 사랑하며 사랑합니다.

제가 원하는 세상은 보통의 낭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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