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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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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레시피

 

계절마다 지니고 있는 힘과 색은 분명하다. 여름은 투명 종이처럼 은은하게 비치는 부드러움을 자주 느끼게 해준다. 


#1 묵직한 여름의 기운은 도무지 이겨낼 힘이 생기지 않아서 아무것도 하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가만히 누워 힘을 채운다. 울렁거리는 속내를 진정시키고 일어나 시원한 물을 한 컵 마시면 내쉬는 호흡이 가벼워진다. 아삭한 오이는 말라있고 허전해진 영역의 필요를 돕는 귀중한 채소다. 부족하지 않도록 가득 채워두고 여름을 보낸다.


#2 신발의 미끄럽고 눅눅한 느낌이 좋지 않아서 양말을 챙겨 신는 습관이 있다. 오늘은 어떤 색상이 좋을지 고민하는 선택의 순간은 하루의 시작을 유쾌하게 이끈다. 무척 뜨겁거나 비가 한참 내리는 날, 바닷가에 가야 하는 날이면 슬리퍼를 챙긴다.


#3 밤의 고요함을 채워주는 풀벌레의 노래와 선풍기의 회전하는 얇은 소리를 좋아한다. 반복되는 소리는 어쩐지 풍부한 안정감의 통로가 되기도 한다. 습도가 높은 밤이면 식물 친구들을 자는 방으로 데려와 함께 넉넉한 숨을 쉰다. 눈을 뜨면 빛이 내려앉은 잎의 아름다움을 천천히 살피며 인사한다.


#4 복숭아와 수박은 아쉽지 않도록 챙겨 먹는다. 여름밤이 찾아오면 숲과 산책을 하고 교회 근처의 가게에서 수박 주스를 마신다. 모기에 물릴 것을 예상하면서도 계단에 앉아 가만히 쉬거나 대화를 나누는 순간은 우리에게 조용한 기쁨이 된다.



#5 ‘나는 여름이 오길 기다립니다.' 길가의 문구가 간절해지는 계절을 보내고 있다. 막상 다가오면 또다시 이 계절이 그리워진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제는 앙상하고 낮은 체온이 아닌 뜨거운 계절 속에서 힘껏 땀을 빼며 서늘한 바람을 마주하고 싶다. 












무덥고 습한 여름의 어느 날, 유영국 화백의 그림들을 만나러 갔었다.

눈과 마음이 시원해진다.




















벽에서 와닿는 공기가 흐물거리는 몸을 단단하게 해준다.

동굴처럼 차가운 기운이 맴돌 때 얼음이 연상된다. 그리고 괜스레 힘이 난다.




























봄과 여름의 사이에서 식물 친구들을 넓은 곳에 옮겨준다.

흙을 만지고 본연의 향을 맡는 순간은 깊은 만족을 준다.





























도무지 입맛을 찾을 수 없을 더위가 기습할 때는 매실 음료를 챙겨마신다.































여름의 밤, 베를린의 숲 영상을 자주 틀었다.

이야기가 없는 단조로운 맥락의 영상은 쉼을 준다.






















버스를 기다릴 때면 작은 빛의 움직임을 한참 바라본다.

























비를 맞는 것은 언제라도 피하고 싶지만 내리는 장면은 새로운 환기를 가져다준다.
















김예원 (@keem.yewon)

작은 천국(@_smallheaven)에서 그림을 그리며, 평안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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