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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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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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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한 여름에게

 


제주에서의 여름 중 나에게 가장 너그러웠던 바다를 기억한다. 어떤 해는 가족의 이별과 함께 도사리고 있던 시린 여름에 나는 겨울의 추위를 앓듯 끙끙 앓았다. 그렇게 도망치듯 비행기도 아닌 저녁 배를 타고서 떠나온 제주도였다. 끝이 없이 펼쳐진 바다에 혼자 떠 있는 섬에 혼자 남은 나를 투영했다. 그렇기에 마냥 섬으로 떠나온 나 자신을 자유롭다고 표현하지 못했다. 어떤 날은 혼자서 한없이 걸었고 어떤 날은 종일 책에 묻혀 살기도 했다. 어쩌면 나 스스로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야 했기에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을 해내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해가 지는 금능 바다 앞에서 문득 깨달았다. 어떤 것에도 의지하지 않고 서 있는 이 섬이야말로 대단한 것이 아닐까. 무수한 걸 견디고 품어내며 서 있는 이 섬을 점수 매긴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독립적으로 우직하게 서 있는 섬과 나무들을 온전히 인정하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혼자라는 사실에도 온전할 수 있었다.

 

여름이라는 단어가 주는 역동성은 때론 나를 힘에 부치게 했지만, 여름과 따라온 산들바람과 여름의 바다는 여름이 지나서도 나는 그 기운들로 힘을 얻었다. 힘들게 땀 흘린 기억들만 생생했던 스물 다섯을 지나 이제는 모든 것에 조금은 너그러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지난 것들에 너그러울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 한다. 이제는 잃어버린 치열함보다 그럼에도 선물처럼 찾아와준 여름의 느긋함을 감사히 여긴다.

 

인생에서의 낭만은 나에게 과제이기도 하다. 낭만이 없는 사람에게는 결코 보이지 않는 풍경들. 그래서 낭만 있는 자들의 시선에 포착된 예쁜 그림과 사진들이 예술이 되는 것 아닐까. 모두에게 똑같은 시선이 주어지지 않았지만 우리는 그들 덕에 낭만을 누린다. 요즘은 가만히 앉아 지나가는 낭만 가득한 풍경들을 기록한다. 그 풍경들로 이루어진 하루를 살아내고 글을 쓴다. 언젠간 내가 본 낭만들을 잘 담아 내 무해하고 온전한 글을 써내고 싶다.

 









여름의 해는 하늘을 제일 예쁘게 물들이는 것 같다.

어쩌면 여름이 솔직하고 씩씩한 계절이기 때문이 아닐까.
















‘여름’ 하면 빠질 수 없는 색은 초록색이 아닌가.

나는 나무와 인간이 가장 어우러지는 계절이라는 사실에 여름이 사랑스럽다.















뜨거운 여름 속에서도 반짝거리는 일들이 있다.

어쩌면 넓은 모래사장에 반짝이는 모래알처럼 여름을 핑계 삼아

반짝거릴 수 있는 자잘하지만 소중한 나날을 보내고 싶다.




















여름에 하늘을 바라보고 누워 낮게 나는 잠자리가 내 몸에 앉을 정도의

고요 속에서 살았던 순간들을 떠올린다.

제주에 와 본 풍경들 속에서야 나의 평화와 고요를 만났다.





















해와 바다와 사람 그리고 비행기





















금능해수욕장 지킴이 나무들

















아름다운 섬 제주
















 

노현희(@hee.diary) / 영어선생님

제주에서 살고 아이들과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일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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