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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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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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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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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겨울에 태어나 여름을 좋아하게 되었다. 

매년 어김없이 돌아오는 여름이지만, 여름은 늘 첫사랑 같다. 

 

내가 그동안 놓치고 떠나보낸 바다의 여름을 세어보다가, 올해는 매월 바다를 가자고 마음 먹었다. 그렇게 나는 시간이 날때마다 백팩 하나만 메고 바다로 갔다. 

 

 6월의 제주행은 꽤나 충동적이였다. 금요일에 비행기 표를 사서 토요일 새벽 비행기를 타기까지 12시간이 걸렸다. 그리움이 폭발했다. 정확히 말해서 나는 오랜 시간동안 제주가 그리웠다. 공항을 나오자마자 느껴진 뭉근해진 공기에 제주는 이미 여름임을 느꼈다. 도착하자마자 달려간 김녕 바다는 내가 그리던 풍경을 보여줬다. 눈을 감아도 느껴지는 강렬한 햇빛과, 바닷물에 젖어 눅눅해진 머리카락이 나를 안도시켰다. 온 몸에 묻은 모래를 아무래도 상관없다는듯 대충 털어내는게 좋았다. 조금씩 설레기 시작했다.  

 

7월에는 동해 바다로 갔다. 강릉 바다는 내가 기억했던 것보다 훨씬 투명하고 아름다웠다. 수천개의 유리알이 낱낱이 쪼개어지는 듯한 파도를 보며 영원히 여름 안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타는듯한 햇볕에 살을 실컷 그을리고 그 햇볕이 피부에 남긴 흔적으로 겨울을 버틸 힘을 받는다. 

 

내 여름의 절정은 놀랍게도 9월이였다. 여름의 끝을 붙잡으러 간 제주에는 다행히 아직 여름이 머물러 주고 있었다. 그동안 제주는 꽤나 갔지만 내가 보고 느낀 모든 것이 새로웠다. 새 인연들을 만났고 성산 일출봉 앞에서 요가 수련을 해보는 호사도 누렸다. 인생의 새 챕터가 시작되기전에 프롤로그를 훔쳐본 느낌이었다. 내가 제주에서 살게 되면 이런 모습일까? 

이 곳에서 살게 되면 어떤 새로운 나와 마주하게 될지 상상했다. 제주에서 살면서 만나게 될 새로운 내가 너무 궁금하다. 매일 바다를 마주하는 일상은 얼마나 멋진 일일까? 경험해 보지 않으면 영원히 알 수 없는 것 들이 있다. 누군가는 나의 계획을 대책없는 환상이라고 했다. 어쩌면 한 여름밤의 꿈처럼 남을 일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이 불확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도 제주 바다를 떠올렸다. 










선물 같았던 6월의 제주에서 일찍 여름을 만났다.



















윤슬처럼 끊임없이 흐르고 부서지고 싶다.




















8월의 양양 바다. 

바지락도 캐고 어린 아이처럼 놀았다.




















'



시간 나는줄 모르는 나의 놀이터.

시간과 파도가 빚은 보석들을 줍고 모은다.






























제주 밤바다의 한치 배 불빛들은 왠지 모를 위로를 건넨다. 
































9월, 성산 일출봉을 바라보며 감사했던 요가 수련 시간. 

이 날, 나는 참 많이 웃었다.




















미지의 공간 같았던 블루홀. 

블루홀에 다녀온 후로 나는 종종 블루홀을 떠올린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절벽 아래 그 곳에 묵묵히 존재할 블루홀을.
































나는 이 날을 잊지 못할 것 같다. 
























야자수를 보면 테렌스 맬릭 감독의 영화 <나이트 오브 컵스>의 대사가 생각난다. 

"You see the palm tree? They tell you anything is possible.”



























머리서기 하며 거꾸로 보는 바다는 장난스럽다. 





















허혜정 / 해외영업부 직장인

@hjh_summer

계획하지 않은 일들이 데려다 주는 인생의 모험을 좋아합니다.

요가를 사랑하고, 언젠가 여름이 긴 제주에서의 삶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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